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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신학

아나뱁티스트 운동, 교회 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나

데오스앤로고스 2016.01.26 14:54

‘제1회 아나뱁티스트 신학 학술발표회 개최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의 한 축이기도 했던 아나뱁티스트(Anabaptist)의 운동과 신학을 조명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KAP(한국아나뱁티스트출판사) 주관으로 지난 1월 23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What's Anabaptist? Why Anabaptist?’으로 ‘제1차 아나뱁티스트 신학 학술발표회’가 열린 것.

 

# 아나뱁티스트, ‘제3의 그룹’으로 이해해서는 안돼

 

 

이날 ‘16세기 종교개혁에 있어서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발표한 남병두 교수(침신대)는 “16세기 아나뱁티스트들을 가톨릭도, 개신교도 아닌 제3의 그룹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나뱁티스트는 가톨릭교회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어떤 개혁가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구 교회를 ‘타락한 교회’로 규정했고, 처음부터 그 교회를 개혁하기보다는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개혁 진영들 가운데 가장 탈가톨릭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들이 중세적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하고 신자들의 교회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세적 국가교회의 틀을 유지했던 관료의존적 개혁가들과도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제3의 종교개혁 운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남 교수는 “아나뱁티스트 교회가 중세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발전과는 무관하게 발전된 교회전통이었다거나 루터나 츠빙글리와 같읕 초기 개신교 개혁가들의 개혁활동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교제3의 운동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초기 아나뱁티스트 지도자들은 당연히 모두 가톨릭이었고, 그들이 속한 교회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또한 처음에는 루터나 츠빙글리의 개혁을 대안으로 생각했고, 그것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는 “따라서 아나뱁티스트 사상을 이해하려면 그 운동이 철저하게 그 시대적 배경 안에서 나왔다는데서 출발해야 하며,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당대를 뛰어넘어 곧바로 중세의 개혁가들과 연결함으로써 동시대의 종교개혁 운동과 처음부터 별개의 운동으로 취급하는 일은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역사적 좌표를 잘못 설정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밖에 아나뱁티스트 사상을 개신교 개혁가들의 사상과는 무관하게 곧바로 중세 후기의 분파운동이나 신비주의자들과 인문주의자들의 영성으로 연결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며 16세기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역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운동의 적대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왜곡된 이해가 되풀이 된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전반적으로 설명한 남 교수는 “아나뱁티스트는 교회개혁에 있어서 교회론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려 했다”며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기독교의 뿌리 혹은 원천으로 돌아감으로써 16세기 종교개혁 운동 가운데 가장 근대적인 비전을 제시한 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 아나뱁티스트 길을 선택해야 한다 

 

‘탈콘스탄틴주의로서의 아나뱁티스트 운동’에 대해 발표한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탈콘스탄틴적 혹은 탈콘스탄틴주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교회에서도 가장 불온한 이름으로 회자되는 아나뱁티스트가 이해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모진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들이 콘스탄틴주의에 기반을 둔 교회의 전체 시스템을 일거에 전복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콘스탄틴주의는 교회와 세상을 동일시하는 시스템이다. 교회와 세상의 동일시다. 양자의 통합이다. 국가의 문제는 신앙의 지지가 필요하고, 신앙의 문제는 국가의 후원이 요구된다. 상호 간의 이익에 기반을 둔 연대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변혁이 아닌 교회의 변질을 초래했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의 전적 주권을 말하면서도 국가의 힘을 빌어 교회 내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회의 이익을 전 사회에 관철시키려는 모습은 사회에 대한 교회의 승리가 아니라 패배와도 같다”며 “아나뱁티스는 바로 이러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에 주어진 길은 대략 세 가지라고 말했다. 하나는 강고한 콘스탄틴주의를 계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콘스탄틴주의 일부를 수정하지만 그 틀 자체를 고수하자는 것이고, 마지막은 교회의 타락과 변질의 근원인 콘스탄틴주의의 철저한 부정과 전혀 다른 토대와 가치에 입각한 기독교의 전면적 재 구성의 길로 나서는 것이다.

 

김 목사는 마지막 세 번째 길이 아나뱁티스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탈콘스탄틴주의로 읽을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발표에서 유아세례, 마이클 자틀러의 순교와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다루었다.

 

특히 아나뱁티스트들의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다루면서 “과거 가톨릭이나 주류 개혁자들은 이단과 이교를 용납하지 못했다.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자기 교파와 다른 입장에 선 이들의 신체와 정신을 권력과 무력으로 강제하고 제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며 “아나뱁티스트들은 16세기의 지형에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내면화하고, 올곧게 외면화했다. 기독교 내부가 아닌 일반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주의는 오늘날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목사는 “콘스탄틴 체제 이후의 기독교에 대한 대답과 대안은 단 한 가지는 아닐지라도 아나뱁티스트는 아주 중요한 대답과 대안 중에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크리스텐돔’에서 탈피해야 한국 교회가 산다

 

‘한국 교회 위기극복의 대안으로서의 신학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발표한 정원범 교수(대전신대)는 한국 교회의 교회다움의 상실은 근본적으로 ‘교회와 국가 간의 상호협력과 지지와 합법화를 통한 정치적 타협’을 의미하는 크리스텐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구 교회와 한국 교회 모두 국가권력과 결탁하면서 현존 질서에 저항하며 세상의 가치관을 뒤집는 복음의 혁명성, 곧 하나님 나라의 혁명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

 

정 교수는 “특히 한국 교회는 서구 교회와 마찬가지로 크리스텐돔 기독교의 성격을 가지면서 예수의 인간성과 제자도의 모델로서의 예수를 희생시키고, 예수의 신성만을 강조하게 됐고, 세상질서를 지지하는 현상유지의 종교가 됐다”며 “결국 한국 교회 세속 가치와 세속권력의 포로가 되고 만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한국 교회 위기는 교회 안에 참된 예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는 것. 따라서 정 교수는 한국 교회 위기가 크리스텐돔 신학패러다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잘못된 신학패러다임에서의 탈피와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몇 가지 신학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 번째, 권력과 결탁하는 크리스텐돔 기독교와 스스로 권력이 되어가는 크리스텐돔 기독교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 교회가 세상적 지위, 부, 권력과 습관적으로 결탁하는 것은 기독교를 현상유지의 종교로 만든다는 것.

 

또한 교회가 스스로 권력이 되어가는 교권주의 모습은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참된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 선교의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속죄론 중심의 기독론에서 탈피함으로써 예수가 기독교인들의 매일의 삶의 규범이 되신다는 사실, 즉 제자도의 모델이 되신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세 번째, 국가의 위계질서와 유사한 성직자 중심의 위계질서적 교회 구조, 즉 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교회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네 번째,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를 분리해 하나님의 진리를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신앙의 사사화 전통에서 탈피하는 것. 다섯 번째, 제국의 폭력을 도덕적으로 참아내는 것이 기독교적 의무라고 생각했던 잘못된 전통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예수가 제시한 길은 폭력에 굴종하거나 회피하는 길도 아니고 폭력적 대응 행동도 아닌 비폭력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크리스텐돔신학 패러다임에서 탈피한 것으로 그치기보다는 새로운 신학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구원의 복음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전환 △속죄론 중심의 기독론에서 통전적 예수론으로의 전환 △오직 믿음의 신앙에서 예수 따름의 신앙으로 전환 등이다.

 

정 교수는 “‘기독교는 변화지 않으면 죽는다’는 긴박감을 갖고 본래의 예수의 복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오늘의 교회 위기는 다시금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고센 칼리지 교수이며, MQR 편집장인 존 로스(John Roth) 박사는 ‘21세기 세계 아나뱁티스트 운동과 그 의미’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진행했으며, 고신대 이상규 교수도 ‘메노나이트교회의 평화주의 전통’에 대해 발표했다.

 

기조강연자 로스 박사는 “아나뱁티스트 전통은 오늘날 전 세계 교회 평신도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거 성직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경을 일반 성도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를 하는 등 만인제사장주의의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강조하며, 신앙과 삶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자기희생도 기꺼히 감당할 정도로 하나님 사랑을 위한 급진적인 삶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로스 박사는 “한국 교회가 이와 같은 아나뱁티스트의 신학과 삶을 중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아나뱁티스트 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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